새벽 3시, 장애를 겨우 막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사무실 불이 전부 꺼져 있었습니다. 켜져 있는 건 제 모니터 하나뿐이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죠. 연봉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성장이 멈췄다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 밤이 그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대기업 4년차 때 제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9명 팀, 일하는 사람은 2명
당시 제가 있던 팀은 9명이었습니다. 저와 8년차 과장님, 그리고 나머지 7명은 전부 20년차 이상의 선배들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인력이 부족한 팀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실무는 저와 과장님 둘이 거의 다 맡고 있었습니다. 개발도, 운영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것도요. 처음에는 연차가 낮으니 당연히 제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크게 불만을 갖지 않고 지냈습니다.
장애가 터진 밤
그러던 어느 날 밤, 시스템 장애가 터졌습니다.
과장님은 2시간 거리에 있는 서버실로 바로 달려가셨고, 저는 사무실에 남아 원격으로 대응했습니다. 둘이서 전화로 상황을 주고받으며 하나씩 막아 나갔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사무실은 이미 깜깜했습니다. 다른 팀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고, 켜져 있는 건 제 자리 모니터 하나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한 시간의 질책
잠깐 집에 들러 씻고 다시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장애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서서 혼났습니다.
"왜 장애 포인트를 예방하지 못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장애를 사전에 막지 못한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맞습니다.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밤새 장애를 막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수고했다는 말도, 어떻게 대응했는지 묻는 질문도 없었습니다.
밤새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문제를 만든 사람처럼 서서 혼나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야근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일이 많은 것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는 이 회사에서 더 버텨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날부터 이직 준비를 시작했고, 몇 개월 뒤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떠날 때를 판단하는 기준
돌아보면 그 밤이 저에게 알려준 건 하나였습니다. 힘든 회사와 나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이 많고 힘든 회사는 버티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셔도 좋습니다.
- 소수의 사람에게 일이 계속 몰리는데,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없다
- 문제를 해결한 사람보다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에만 관심을 둔다
- 고생한 과정은 보이지 않고, 결과가 나쁠 때만 책임을 묻는다
여러분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에 여러분을 갈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에너지는 여러분을 제대로 알아봐 주는 곳에서 써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잡씩인 커뮤니티에 합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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