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때 일입니다. 팀에 신입이 한 명 들어왔습니다.
공모전 수상 경력이 여러 개였고, 최신 스택도 능숙하게 다뤘습니다.
처음엔 든든한 후배가 들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드 리뷰를 몇 번 주고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리뷰를 해주는 게 아니라 제가 배우고 있었습니다. 3년 차인 제가 초라해지는 데 한 달이 안 걸렸습니다.
설계 회의가 있던 날
결정적이었던 건 어느 설계 회의였습니다. 제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신입이 아이디어를 냈고, 팀장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날 밤 잠이 안 왔습니다.
'내 3년은 뭐였지.'
연차가 실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퇴사까지 고민했습니다. 여기 계속 있으면 비교만 당할 것 같았습니다.
팀장님이 해준 말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걔랑 너는 잘하는 게 달라. 개발 실력은 걔가 나을 수 있어. 근데 장애 터진 새벽에 서버 붙잡고 버틴 건 너야. 레거시 한가운데서 3년을 살아남은 것도 너고."
이 말을 듣고서야 제가 비교하던 기준이 하나뿐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누가 코드를 더 잘 짜는가'만 보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은 그것 하나가 아닙니다.
- 장애가 났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아는 것
- 문서에 없는 레거시의 맥락을 아는 것
- 이 기능을 왜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
- 다른 팀 누구에게 물어봐야 일이 풀리는지 아는 것
이런 능력은 공모전에서도, 최신 스택 공부에서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에게만 쌓입니다. 제 3년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알려줄래?" 한마디
그날 처음으로 신입에게 말했습니다.
"이 부분, 네가 나보다 잘 아는 것 같은데 알려줄래?"
선배가 후배에게 묻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인정하니까 편해졌습니다. 신입은 기꺼이 알려줬고, 저는 그 친구가 모르는 시스템의 맥락을 알려줬습니다.
그 친구가 잘하는 걸 배우고, 제가 잘하는 걸 알려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경쟁 상대로 볼 때는 위협이던 사람이, 같은 팀으로 보니 제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 경험이 면접에서도 쓰였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회사를 여러 번 옮기면서 저보다 잘하는 사람을 계속 만났습니다. 회사가 좋아질수록 더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이때 배운 방식을 썼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묻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같이 성과를 냈습니다. 면접에서 강점을 물으면 저는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제일 잘합니다"보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일해서 결과를 만들어 왔습니다"가 더 솔직했고, 실제로 더 잘 통했습니다.
혼자 다 잘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래서 회사는 잘하는 사람 옆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도 필요로 합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
후배나 동료 때문에 초라해진 분이 계시다면 두 가지만 해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비교 기준을 하나 더 만들어 보세요. 그 사람이 나보다 잘하는 것 말고, 내가 이 팀에서 해온 것을 적어보는 겁니다. 새벽에 대응한 장애, 혼자 파악한 레거시, 조율해 낸 일정 같은 것들입니다. 적어보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목록은 나중에 이력서와 면접 답변의 재료로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먼저 물어보세요. "이거 네가 더 잘 아는 것 같은데 알려줄래?" 이 한마디로 관계가 바뀝니다.
청년들을 위한 이직/취업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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