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전현무 씨가 면접 얘기를 하는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여러 번 봤던 사람이라 그런지, 방송인 특유의 재치 있는 이야기라기보다 실제로 여러 번 떨어져 본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면접을 수백 번 봤습니다. 취준생 때도, 이직할 때도, 직무를 바꿀 때도 계속 면접장을 드나들었습니다. 그 입장에서 들어보니 영상에서 하는 말이 전부 맞았습니다. 제가 면접에서 떨어질 때 했던 실수랑, 붙기 시작하면서 고친 것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네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전현무 씨의 말에 제 경험을 붙여서 풀어보겠습니다.
1. 뻔한 질문에 뻔하지 않게 답하라
영상에서 나온 예시가 이겁니다. 아나운서 면접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면 지원자들이 다 '열린음악회'를 말했다고 합니다. 교양 있어 보이고, 안전하고, 방송국이 좋아할 것 같은 답이니까요. 전현무 씨는 그때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안 됩니다. 이건 "튀는 답을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진짜 답을 하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취준생 때 자주 하던 실수가 이거였습니다. "존경하는 인물은?"이라는 질문에 스티브 잡스를 말했습니다. 진짜 존경해서가 아니라, 개발자 면접에서 그렇게 말하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면 바로 꼬리 질문이 옵니다. "어떤 점을 존경하세요?" 여기서 막힙니다. 책 한 권 안 읽어봤으니까요. 대충 "혁신적인 사고요" 같은 말을 하고, 면접관은 더 안 물어봅니다. 더 물어볼 게 없다는 걸 알거든요.
반대로 진짜 답을 하면 디테일이 저절로 나옵니다. 진짜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면, 어느 스테이지에서 왜 막혔고 어떻게 깼는지가 술술 나옵니다. 진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한 말 중에 어떤 문장이 왜 남았는지가 나옵니다.
진짜 답에만 디테일이 있고, 디테일에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뻔하지 않은 답은 결과지 목표가 아닙니다. 내 진짜 답을 말하면 남들과 겹치지 않게 되는 겁니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요.
2. 면접관은 가식과 거짓을 바로 알아챈다
이건 제가 몸으로 배운 겁니다.
외운 답과 겪은 답은 말의 속도부터 다릅니다. 외운 답은 빠르고 매끄럽습니다. 문장이 끊기지 않고, 접속사가 정확하고, 마지막 문장이 예쁘게 마무리됩니다. 겪은 답은 조금 느립니다. 기억을 더듬느라 중간에 "아, 그때…" 같은 말이 들어가고, 순서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취준생 때는 매끄러운 게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답을 다 써서 외웠습니다. 결과는 계속 탈락이었습니다. 나중에 한 면접관이 면접 끝나고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준비는 많이 하셨는데, 준비한 게 보여요."
면접관은 하루에 수십 명을 봅니다. 한 시즌에 수백 명을 봅니다. 그 사람들 앞에서 나오는 가식과 거짓말은 나한테만 새롭습니다. 면접관은 오늘 오전에도 비슷한 걸 봤습니다. 같은 자기소개서 첨삭 업체를 거친 것 같은 문장, 같은 취업 카페에서 나온 것 같은 답변 구조, 같은 유튜브를 본 것 같은 손동작. 면접관 눈에는 그게 다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답을 외우는 걸 그만두고 겪은 일을 정리하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답이 아니라 사건을 준비하는 겁니다. 내가 겪은 일 열 개를 정리해두면, 어떤 질문이 와도 그중 하나를 꺼내서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외운 말이 아니라 기억하는 말이라 속도도, 표정도 다릅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도덕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들키니까 하지 말라는 겁니다.
3. 개성은 허용 범위 안에서
이건 1번과 반대로 들릴 수 있는데, 사실 같은 얘기입니다.
"뻔하지 않게 답하라"를 잘못 이해하면 면접에서 튀려고 합니다. 특이한 장기를 보여주거나,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거나, 옷을 눈에 띄게 입고 갑니다. 이건 역효과입니다.
기억에 남는 것과 걱정되는 것은 다릅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들이 모여서 "아까 그 사람 어땠어요?"라고 할 때, "기억에 남네요"와 "좀 걱정되네요"는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튀는 행동은 대부분 후자로 갑니다.
저도 이직 면접에서 그런 적이 있습니다. 전 회사에서 겪은 일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감정을 다 담아서 말했습니다. 진짜 답이었고 디테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나갈 때도 이렇게 말하겠구나"가 됐던 겁니다. 진짜 답이었지만 허용 범위를 넘었던 거죠.
면접은 일할 사람을 뽑는 자리입니다. 특별한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조직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 안에서 내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맞습니다. 그 선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스타트업과 은행의 허용 범위는 다르고, 같은 회사라도 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면접 전에 그 회사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지 보는 게 중요합니다.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을 알기 위해서요.
1번과 3번을 합치면 이렇게 됩니다. 진짜 내 얘기를 하되, 그 회사 사람이 들어도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4. 자기관리는 무언의 자기소개
이건 짧게 말해도 됩니다. 다 아는 얘기인데 잘 안 하는 것이거든요.
깔끔한 옷차림, 정리된 머리, 충혈되지 않은 눈, 전날 술 마시지 않은 얼굴. 면접장에 들어가서 앉는 순간,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메시지 하나가 전달됩니다.
"저는 이 자리를 위해 진지하게 준비한 사람입니다."
혹은 반대로.
"저는 이 자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면접관이 외모를 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태도를 본다는 얘기입니다. 이 사람이 오늘을 어떻게 준비했는지가 컨디션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면접 전날 늦게까지 예상 질문을 외우느라 잠을 못 자면, 2번에서 말한 외운 답을 피곤한 얼굴로 하게 됩니다. 두 번 손해입니다.
저는 면접 전날은 준비를 일찍 끊고 잤습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아도 그랬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맑은 상태로 가는 게 밤새 외운 답 다섯 개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정리하면
네 가지가 따로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입니다.
진짜 내 얘기를, 그 회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 하라.
1번은 진짜 얘기를 하라는 것이고, 2번은 가짜 얘기는 들킨다는 것이고, 3번은 진짜 얘기라도 선은 지키라는 것이고, 4번은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의 상태도 메시지라는 겁니다.
전현무 씨가 아나운서 면접에서 배운 것과 제가 개발자 면접에서 배운 것이 같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업계가 달라도 면접관이 보는 건 같은 모양입니다. 준비된 사람인지, 진짜인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면접 앞두고 있는 분들은 예상 질문 답을 외우기 전에, 내가 겪은 일 열 개를 먼저 적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게 어떤 질문에도 쓸 수 있는 진짜 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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