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가장 무서운 질문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걸 꼽습니다.
"이직 사유가 무엇인가요?"
10년 동안 7번 이직했으니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고,
이력서만 봐도 면접관이 이 질문을 준비해 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한참 동안 몰랐다는 겁니다.
첫 번째 시도: 솔직하게
처음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연봉이요."
떨어졌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연봉이 이유였으니까요. 그런데 면접관 입장에서 이 답은 "그럼 우리보다 더 주는 데가 나타나면 또 가겠네"로 들립니다. 솔직함이 곧 좋은 답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두 번째 시도: 교과서처럼
다음엔 교과서에 나올 법한 답을 준비했습니다.
"성장하고 싶어서요."
이번엔 떨어지진 않았지만, 면접관의 눈빛이 기억납니다. 안 믿는 눈빛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본 답이라 아무 정보가 없는 답이었던 겁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모든 지원자가 쓰기 때문에 면접관에게는 사실상 빈칸과 같습니다.
수백 번의 면접 끝에 알게 된 것
면접을 수백 번 보고 나서야 이 질문의 구조가 보였습니다.
이 질문의 정답은 "사유"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면접관은 왜 떠났는지가 궁금한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와서 무엇을 하려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가 필요한 것과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이직 사유 질문은 사실 "왜 우리인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답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결제 시스템을 3년 운영해봤는데, 이제 이 트래픽 규모에서 설계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그게 가능한 곳이 여기라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상황입니다. 연봉이 아쉬운 것도 그대로고, 성장하고 싶은 것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건 문장의 방향 하나입니다.
"떠난 이유"와 "온 이유"
앞의 두 답변과 마지막 답변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연봉이요" | 떠난 이유 | 조건 따라 또 떠날 사람 |
| "성장하고 싶어서요" | 떠난 이유 (추상적) | 아무 정보 없음 |
| "결제 3년 운영 → 이 규모에서 설계까지" | 온 이유 | 우리 회사에서 할 일이 명확한 사람 |
"떠난 이유"를 말하면 면접관은 자연스럽게 전 회사와 지원자의 관계를 평가하게 됩니다. 불만이 많은 사람인지, 조건에 흔들리는 사람인지 보게 됩니다.
"온 이유"를 말하면 면접관은 지원자와 자기 회사의 관계를 상상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 우리 팀에서 무엇을 할지가 그려집니다.
"떠난 이유"를 말하면 떨어지고, "온 이유"를 말하면 붙습니다.
실제로 답변을 만드는 방법
"온 이유"로 바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세 가지만 채우면 됩니다.
- 지금까지 한 것 — 구체적인 시스템, 기간, 역할 예) 결제 시스템 3년 운영
- 다음에 하고 싶은 것 — 1번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 예) 이 트래픽 규모에서 설계까지
- 그게 왜 이 회사인지 — 채용공고나 회사 상황과 연결 예) 그게 가능한 곳이 여기라고 판단
이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이으면 됩니다. 핵심은 2번이 1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3번이 실제 그 회사에 대한 조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3번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잘 만든 답도 "성장하고 싶어서요"와 같은 답이 됩니다.
마치며
7번 이직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직 사유는 숨길 필요도 없고 포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방향만 바꾸면 됩니다.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려는지를 말하면 됩니다.
저는 이걸 수백 번 떨어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조금 더 빨리 알게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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